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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ism의 잠재적 작품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필름 사진을 촬영하고 인화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일상을 살아가며 자신만의 고유한 잠상(latent image)을 축적한 아티스트는 이를 음과 박이라는 현상액(developer)에 담가 실상으로 떠올리고, 이는 여러 번의 교반 작업을 거쳐 하나의 노래로 인화(print)된다. 이 일련의 과정 가운데 세밀한 변수들에 의해 각기 다른 음악이 탄생하게 된다. OPCD는 저마다의 변수를 지닌 아티스트들을 포토그래퍼로 빗대어 본다. 이들은 어째서 이토록 수고로운 작업에 뛰어들었을까. 이들은 어떤 변수를 따라 어떤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Why Do We Make Music?>은 그 렌즈 너머를 들여다보려 한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갤러리에서 7일(현지시간) 미국 추상 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년)의 벽화가 관람객의 낙서 행위로 훼손됐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중략) 관람객이 트위터에 공개한 사진에는 그림의 오른쪽 구석에 ‘블라디미르 우마네츠 12(Vladimir Umanets 12)’ ‘옐로이즘의 잠재적 작품(a potential piece of yellowism)’이라는 낙서가 쓰여있다. 옐로이즘은 블라디미르 우마네츠와 마르친 로디가라는 예술가들이 주창한 예술운동이라고 AFP는 전했다.” (경향신문 2012년 10월 8일 기사 “유명 현대화가 마크 로스코 작품 테러당해”)

“옐로이즘은 예술도, 반-예술도 아니다. 옐로이즘의 예시는 예술작품으로 보일 수 있지만 예술작품이 아니다. 우리는 예술작품의 맥락 자체가 이미 예술이라고 믿는다.” (“옐로이즘 선언” 중)



yellowism은 중학생 때부터 다양한 타입비트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고, 중학교 3학년 때에는 스티피의 앨범 [지느러미]의 트랙 대부분을 프로듀싱했으며, 최근에는 리듬게임 <네오위즈 디제이맥스 리스펙트>의 리믹스 공모전에 입상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온 19살의 젊은 프로듀서다. 그런 그가 7월 21일, 첫 솔로 싱글 ‘smokes on !’을 발매한다. 게임 음악에서 시작해 일렉트로닉, 힙합 등 다양한 음악들을 경유하며 쌓아온 그의 “잠재적 작품”들을 살펴보자.







Why : Why I started Music




yellowism은 언제, 어떻게, 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나?



초등학교 6학년 때 Geometry Dash라는 게임이 한창 유행했었는데, 굉장히 하드한 전자음악에 맞춰 점프를 뛰는 게임이였다. 그때부터 음악 취향이 그쪽으로 맞춰져서 전자음악만 들었다. 그런데 게임 커뮤니티를 보니까 “누구누구 스타일로 만들어봤는데 어떤가요” 하는 식으로 자기가 작곡한 곡을 올리는 분들이 많았고, ‘멋있다, 나도 해보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filkcuf라는 이름을 썼다. 활동명 filkcuf에 담긴 의미와, 활동명을 filkcuf에서 yellowism으로 변경한 이유는 무엇인가?



filkcuf은 fucklif(e)를 거꾸로 나열한 거다. 당시 중2병 시절이었고, 그냥 멋있어보여서 지었던 것 같다. yellowism은 중3~고1 즈음 영어학원 글쓰기 숙제 때문에 웹 서핑을 하다 외국 신문에서 본 단어인데, 어감이 좋아서 썼다.



일찍이 커리어를 시작했는데, 주변에서 혹시 편견 어린 시선은 없었나?



없었다. 오히려 나이가 어린 것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했던 때가 중3 때 쯤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사람들에게 "저 중3이에요"라고 말했을 때와 고등학생이 되어서 "저 고1이에요"라고 말했을 때의 반응이 너무 달랐다. 중3 때 래퍼 스티피 님과 처음으로 앨범을 내면서 피쳐링으로 참여했던 이뷰즈(e.viewz, 現 해일) 님과 잠시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와, 진짜 중3이라고? 진짜 천재다-” 라는 식으로 말씀해주셨었다. 근데 고1이 되니까 그만큼의 반응이 안 온달까. ‘아 그렇구나- 잘하네-’ 딱 이 정도 느낌이었다. 시간의 소중함을 나름 일찍 깨달은 셈이다.







사운드클라우드 등에서 확인되는 본격적인 활동 시작 시기는 2018년이다. 사운드클라우드와 유튜브에 작업물을 꾸준히 업로드하면서, 그라폴리오 청소년 공모전에 참여하고, 힙합LE, 힙합플레이야는 물론 디씨인사이드 인디게임개발갤러리까지 여러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등, 의욕적으로 활동해왔음이 느껴진다. 그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그냥 너무 재미있었다. 한 장르만 파는 게 아니라 여러 노래를 들으면서 이거 좋은데 싶으면 이거 해보고 저거 좋은데 싶으면 저거 해보면서 다양한 음악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을 듣는 게 재미있었다. 요즘은 홍보를 잘 안 하는데, 어차피 들을 사람은 다 듣고 안 들을 사람은 안 듣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힙합LE의 워크룸에 올라온 비트를 큐레이팅한 <T.K.C. 2018 워크룸 비트> 시리즈에 소개되고, Future Sounds from Korea 팟캐스트의 믹스에 곡이 오르기도 하고, 유튜브, 힙합플레이아 댓글 등을 통해 꽤 많은 요청과 제안을 받아왔다. 자신의 음악에 여러 호응과 피드백이 돌아오는 것을 처음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가슴이 설렜다. "중학생이 이런 비트를 만들었다니" 같은 말을 들으면서 천재 뮤지션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초기에는 인스트루멘탈 카피나 타입비트 등의 작업을 많이 보인다.



단순히 실력 향상의 목적도 있지만 가요를 들으면서 ‘이 정도 비트면 나도 만들겠는데’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거기서부터 시작한 것 같다.



특히 XXX, FRNK 타입비트 작업이 많았는데.



원래 일렉트로닉으로 시작했고 힙합으로 넘어갔을 즈음에 XXX를 접했다. XXX가 그 중간이지 않나. 그러다보니 완전히 취향에 맞아서 XXX의 타입비트를 많이 작업하게 되었다.



요즘은 작업을 조금 쉬고 계신 것 같다.



고3이라 공부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1년 전까지는 학교-밥-음악이 일상이었는데, 요즘은 음악 대신에 공부가 껴있다. 음악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에만 살짝 하고 완곡은 못한다.







음악으로 어느 정도 반응도 얻은 만큼 진로를 완전히 틀고 싶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공부를 병행하기로 한 계기가 있나 궁금하다.



어릴 때 현실 감각이 없었을 때에는 마냥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주변 친구들이 다들 공부를 잘하다 보니 자극이 된 것 같다. 지금 음악은 살짝 미뤄두었다.



그럼 목표로 하고 있는 학과가 따로 있나?



통계학이나 데이터 사이언스처럼 정적인 전공을 하고 싶다.



재미있다. yellowism의 음악은 엄청 역동적이지 않나.



근데 사실 음악도 작업할 때 혼자 멍 때리면서 하는 거다 보니…







We : Latent Music inside Us




주변 사람들은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하는가? 당신은 거기에 동의하는가?



재미있는 사람. 그런데 동의하지 않는다. 친한 사람들하고 있을 땐 최고의 광대지만, 어색한 사람들하곤 말도 못 할 정도로 낯가림도 심하고 내성적이다.



친구들과는 주로 어떤 것을 하나?



학원 끝나고 나서 옆에 있는 노래방에 가고 옆 맥도날드에서 저녁을 먹는다.



노래방에서는 어떤 노래를 주로 부르나?



버즈의 ‘가시’ (웃음) 가끔 퀸이나 AC/DC를 부르기도 하고, 취향이 겹치는 친구들과 같이 가면 일본 노래도 부른다.







나의 취향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오타쿠다. 애니 좋아하고 이상한 음악 만드는…



yellowism의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



감동적인 애니가 영감 얻기엔 최고다.



그럼 가장 감동적으로 본 애니는?



좀 부끄럽긴 한데, <사쿠라장>이다.



음악이 좋았던 애니는 무엇이었나?



<목소리의 형태>. ‘아 이거 미쳤다’ 하고 바로 애니 끄고 곡 작업했던 기억이 있다. 그 곡이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nuisance’다.



음악 외의 또 다른 관심사가 있다면?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면 영상도 해보고 싶다. 내 음악과 어울리는 한 편의 뮤비를 직접 완성해보는게 꿈이다.







Make : Making Development




온갖 곡과 믹스로 가득찬 사운드클라우드의 Likes 목록을 보면 디거 기질이 다분하다고 느껴진다. 평소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즐겨듣고, 어떤 루트를 통해 음악을 찾아듣는가?



힙합, 팝, 일렉, 록, 게임 OST까지 가리지 않고 듣는다. 새 음악을 찾을 때에는 DJ의 믹스셋을 듣고 1001Tracklists에서 곡을 찾거나, 사운드클라우드 스테이션을 틀어 놓는다.



믿고 듣는 DJ가 있다면?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Skrillex랑 Boys Noize가 같이 하는 Dog Blood가 낸 20분 짜리 셋이 너무 좋아서 한 20번은 돌려들었던 기억이 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한국에선 Zekk, 해외에선 X&G가 제일 좋다. X&G는 가장 닮고 싶은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옛날 레이브 느낌과 요즘 느낌을 정말 잘 섞는 것 같다. 신곡이 나올 때 유일하게 설레는 아티스트다.







올 타임 베스트 노래/앨범 3가지는?



X&G [Persona]. 곡 하나 하나가 정말 충격적이었다. 현재의 스타일이 잡히는데 정말 영향을 많이 받은 앨범이다.

FUGENE [02]. 내 스펙트럼을 넓혀준 앨범이다.

XXX [교미]. 힙합만 하던 시절에 다시 일렉트로닉으로 돌아오게 해준 앨범이다.



최근 들었던 음악 중 가장 인상적으로 들었던 노래/앨범 3가지는?



X&G - Check It

rejection - Signal (mameyudoufu remix)

Guns & Roses - Paradise City



인터뷰 오는 길에는 어떤 음악을 들었나?



일본 노래들을 들었다. 사이키나 모에샵 같은.







정규앨범의 과반수 트랙을 프로듀싱한 스티피를 비롯해 이영, 36L, 성범, Milllay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을 해왔다. 협업들은 주로 어떻게 이루어졌나?



인기를 얻지 못해서 난 음악에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던 시절 스티피가 나를 알아봐주었고, 내가 음악을 제대로 파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나머지 분들은 연락이 들어와서 프로듀싱을 맡게 되었다.



평소 선호하는 음악 작업 환경은?



새벽에 스탠드 등만 켜놓고 초코우유 마시면서 조용하게 작업하면 최고다.



음악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리듬. 리듬을 잘 짜면 곡을 날로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Music : Printing out Music




일찍이 2019년 1월 “곧 이걸로 음원발매하는데 들을만한가요?”라는 제목으로 힙합플레이아에 ‘향수’, ‘i will never get along with these people’ 등 총 3개 싱글에 대해 의견을 묻는 게시글을 올린 바 있는데, 결국 발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귀찮기도 했고, 그 다음으로는 ‘솔직히 이걸 누가 듣겠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일단 가수가 없지 않나. 가수가 없으면 아무리 봐도 안 될 것 같다 싶었다.



결국 yellowism가 단독으로 발매하는 곡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러 곡들을 제치고 ‘smokes on !’을 발매곡으로 고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사운드클라우드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곡이기도 했고, 다양하게 시도해본 것들 중에서 내가 추구하는 내 음악의 방향이 가장 잘 표현된 곡이라고도 생각한다.







‘smokes on !’의 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작업기가 궁금하다.



영감을 받은 노래는 X&G의 ‘Beat Me’였다. 멜로디컬한 요소 없이도 사운드 자체만으로 멋있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긁고 때리는 질감의 베이스를 리듬감 있게 배치하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킥을 넣고 하다 보니 신스에도 욕심이 생겨서 원래 생각했던 느낌과는 살짝 다르게 되었지만, 다르게 말하면 내 색깔을 입혔다고 말할 수도 있는 곡을 완성했다. 작업은 이틀 정도 안에 다 끝냈다. 원래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구성은 금방 짜이고 믹스-마스터에 크게 신경쓰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smokes on !’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들으면서 귀가 즐거우셨으면 좋겠다.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딱히 없고, 듣고서 머리를 흔들어 주시면 최고의 칭찬일 것 같다.







발매될 싱글 이외에 현재 준비 중인 것이 있다면?



딱히 없다. 지금은 공부에 집중하고, 수능 후에 하고 싶은걸 마음껏 할 예정이다. 공모전 참가라던지, 기타를 사서 녹음한다던지.




Why do we make music?




지금 yellowism은 왜 음악을 하고 있는가?



어렸을 때는 열정과 목표의 대상이었고, 지금은 여가의 대상이다. 음악을 만들면서 근심을 잊고, 작업물을 공유하며 기쁨을 느낀다.



음악적으로 이루고픈 목표가 있다면?



Megarex, VINIOR의 컴필레이션에 수록되고 싶다.



인생일대의 꿈은?



단독 공연을 여는 것 (웃음)





Musician yellowism

Interviewer / Editor squib

Photographer SIN-YOUNG KIM

Graphic Designer preriro

Director opal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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