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WMM2020 큐레이션 #5 paradog3000




“일단 이런 스타일은 처음 들어봤고, 아이디어가 재밌는 것 같았어요”

“처음 도입부부터 ‘이게 뭐지?’하면서 놀라게 하는 힘이 있었어요” - 기린 & 유누 -




 



paradog3000의 기묘한 모험




Photographer : KIM SIN YOUNG




<WMM 2020 : Beat Covid-19> CONTEST


호스트 기린 & 유누가 선정한 뮤지션 ‘paradog3000’


WMM에 정체불명의 프로듀서가 나타났다. 자신의 음악을 “인간적인 부분이 결여되어 있다”고 설명하는 paradog3000(파라독3000). 올해 22살, 일본 서브컬쳐 풍의 보컬로이드 음악 , 사운드클라우드를 장식하는 어지러운 아트워크, 그리고 음악 못지않게 독특한 현실 캐릭터까지. 어느 하나도 예측 불가능한 그의 스펙을 훑어보면 문득 이 생각이 떠오른다. “이 남자, 뭔가 있다.”


비상한 존재감으로 WMM의 문을 부순 그는 올해 3월 데뷔곡 “Hard Templight 0.48”을 통해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려 한다. 짧지만 파란만장한, 그리고 어딘가 익숙하지만 기묘한 그의 모험 이야기를 들어 보자.




 


#0 2016


모순적인, 너무나 모순적인




paradog3000이 중학교 2학년 시절 그린 그림




첫 데뷔라 paradog3000님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paradog3000입니다! 음질이나 믹싱 관련해서 디테일한 음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야기나 멜로디라인에서 저만의 매력을 보여주는 음악을 하고 있어요.



아티스트분들을 처음 만나봤을 때 이름의 유래만큼 물어보고 싶은 게 없죠. 개인의 정체성이나 함축된 역사를 보여주기도 하니까요. ‘paradog3000’이라는 활동명의 의미가 궁금해요.


중학교 때 우연히 “만약 파란색 개가 있다면 파라독이라 불러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후 어감이 좋아서 닉네임으로 쓰려고 했죠. 그래서 기존 이름인 ‘gx3000’에서 (이것도 간지나는 기술명처럼 지은 이름입니다) ‘3000’을 가져와 ‘paradog3000’이 탄생했습니다. 나중에 모순인 ‘파라독스’라는 의미를 덧대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어요.



음악을 위해 고등학교를 바꾸셨다고 들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요.


처음에는 특목고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학업 경쟁이 심해서 힘들었죠. 그러던 도중 음악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었고, 부모님을 겨우 설득해서 예고로 전학을 갔어요. 하지만 특목고에서는 발표를 열심히 하면서 남들에게 주목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죠. 그 경험이 음악을 하는 태도에도 도움을 주었고, 지금도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02 2016 ~ 2020


기억말소의 밤




paradog3000 사운드클라우드 “기억말소의 밤 0.5”




paradog3000님의 음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듣는 대중음악의 영향에서 벗어난 느낌이잖아요. 본인만의 색채가 굉장히 강한 편인데, 어떤 방식으로 음악을 만드는지 궁금해요.


저는 제 작업 과정을 “주사위를 굴린다”라고 표현해요. 일단 무작정 만들어 본 다음에 6인지, 1인지 체크해보는 거죠. 그리고 무한반복. 언젠가 결과물이 나오긴 하지만 과정에 기한이 없어서 고통스러워요. 예를 들어 이번 콘테스트에선 선우정아 님 샘플의 경우는 바로 나왔고, 더 콰이엇 님 샘플을 작업할 때는 거의 기어 다녔어요.



콘테스트 최종 선정곡인 “기억말소의 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좀 잔인합니다. 지하실에서 주인공이 깨어났는데, 본인 말고 모두가 죽거나 묶여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어? 내가 설마 연쇄 납치 살인범?”이란 추론과 함께 인질들을 추궁해요. 그들을 풀어주고 싶어도 자신이 신고를 당해 감옥에 갈까봐 마저 살인을 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전 사운드클라우드 곡들을 보면 paradog3000님의 음악은 독특하지만 하나의 결이 있거든요. 발랄하지만 내용 상으로는 기괴한 부분부터 일본적인 요소까지, 마치 하나의 게임 장르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잔인하거나 기괴한 소재를 사용하되 최대한 합리적인(?) 걸 하려고 합니다. “사람을 고문하다 죽인다” 같은 소재에 명분을 붙여서 “집에 무단 침입한 강도를 제압해 고문하고 죽인다”는 식으로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이런 부류의 음악을 접하면 자극적이어서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저는 말이 되는 소설을 쓰려고 했어요.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한국적으로 풀어낸 느낌이기도 하고. 그리고 이런 기괴한 것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학생 때 잔혹동화, 소설, 쯔꾸르 게임, 영화 등의 매체를 많이 접해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따뜻한 노래나 사랑 노래를 하는 분들이 로맨스 영화를 즐겨볼 때 저는 <쏘우> 같은 걸 봤어요.




 


#03 2020.12.18


< WMM 2020 >




“어 이게 뭐지?”




장르 면에서도 paradog3000님의 스타일은 힙합 위주의 WMM 참가자분들과 많이 다르죠. WMM에 참가하겠다는 특별한 동기가 있었나요?


음악하는 친구가 처음 톡으로 콘테스트에 대해 알려주었고, 호스트분들의 샘플을 사용한다는 소재가 재밌을 것 같아서 지원했어요. 호스트분들도 참가자분들도 주로 힙합을 베이스로 한 분들인 것 같아서 사실 기대는 안 했어요. 저는 힙합 프로듀서는 아니라서… 그런데 됐더라고요. 기뻤지만, 부담감이 더 컸어요.




준비하는 데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샘플링 과정이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어요. 모든 샘플들을 전부 듣고, 자르고, 분류한 다음 샘플러라는 가상 악기에 집어넣는 과정이 있었거든요.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주사위를 던지면서 좋은 게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까.



 


#04 2021.01.15


에잇볼타운에 가다!




“들어주세요!”




RED KEEF 님과 호스트분들을 만나러 에잇볼타운(8balltown)에 방문하셨죠.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나요?


그때 너무 얼었죠. 인터뷰 때도 카메라만 쳐다보고. 각자 곡을 들어보는 시간에 제 음악을 많이 들려드린 것 같아요. 여담으로 사무실에 있는 LP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고 싶었는데 말하지 못했어요. 눈치가 보여서. 그리고 코로나 기간만 아니었으면 밥이라도 먹고 싶긴 했어요. 그때 순간을 기억해서 다음에는 떨지 않고 행동하고 싶어요.



호스트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제 음악을 무척 신기해하셨어요. 유누 님은 그런 음악은 어디서 조사(?)할 수 있냐고 물어보셨어요. 기린님은 제 음악을 만화에 빗대서 해석하시더라고요. 나중에 만화를 찾아서 보고 싶었는데 제목이 기억이 안 나서 아쉬웠어요.




 


#05 2021.02.01


프로필 촬영




프로필 촬영 현장




개 가면을 쓰고 프로필을 찍고 싶다 하셨어요. 가면도 직접 준비하셨는데, 어떤 콘셉트인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에게 ‘파란색’과 ‘개’라는 키워드를 인식시키자!”가 콘셉트였습니다. 아예 파란색으로 가면을 칠해볼까 했는데 너무 기괴하더라고요. 포토샵으로 시뮬레이션 돌려보니까 아오오니 같았어요. 그래서 좀 덜 기괴하게 갔습니다. 또 촬영할 때 처음엔 엄청나게 떨었는데, 작가님이 분위기를 정말 잘 풀어주셨어요. 진짜 재밌었어요. 그리고 사진도 잘 나와서 정말 좋았습니다.




 


#06 2021.02.21


“Hard Templight 0.48”




“Hard Templight 0.48” 아트워크




이번 발매 싱글인 “Hard Templight 0.48”의 자세한 스토리를 듣고 싶어요.


죽기 직전이면 어떤 말이라도 지어내서 삶을 연명하잖아요. 굶주려 쓰러져 가던 떠돌이가 길잡이를 대가로 먹을 것을 요구하며 한 모험가를 속이고 여행을 떠나게 되었죠. 떠돌이는 모험가가 찾는 사원을 전혀 알지 못하지만요. 나중에 사원을 찾지 못할 때마다 계속 새로운 거짓말을 지어내던 떠돌이는 총을 맞으며 최후를 맞게 됩니다.



스토리가 굉장히 구체적이고 분량도 상당한 편인데, 떠오르는 대로 적어 내려가는 편인가요?


“Hard Templight 0.48”의 스토리는 어디서 영향받았는지 불분명해요. 처음 작곡했을 때 제목을 어감 따라 무근본으로 “Hard Templight”라고 지어 놓았어요. 그리고 작사할 때 그 흐름대로 “템플”이 사원이란 뜻이니까 사원 하면 사막, 밀림을 배경으로 한 모험, 이런 식으로 마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처럼 무작위로 지어낸 거예요. 굳이 출처를 찾으면 인디아나 존스?



곡의 경쾌하고 빠른 무드, 그리고 대조적인 가사는 어디서 영감을 받으신 건가요?


호시노 겐이라는 되게 밝은 에너지의 가수분이 있는데, 그분의 에너지와 저의 어둠의 에너지가 만나 그나마 밝은 곡이지만 배드 엔딩으로 끝나는 곡이 나온 것 같아요.




 


#07 2021.02.21


보컬로이드입니다만, 휴먼?




한국 보컬로이드 시유와 유니




보컬로이드를 사용한 음악은 흔치 않아요. 당장 떠오르는 사람은 우주비행의 코아 화이트(Coa White) 정도인데, 어떤 보컬로이드를 사용하시나요?


한국어 보컬로이드는 선택지가 시유와 유니, 두 가지밖에 없어요. 수가 너무 적어서 이상할 만도 한데, 한국 보컬로이드 시장이 슬슬 성장해갈 때쯤 일련의 사건…이 있었고, 그걸 계기로 침체기에 들어갔던 것 같아요. 참고로 저는 시유를 사용하고 있어요.



잘 모르는 사람들은 실제 목소리를 잘라서 사용했다고 느꼈을 것 같아요. 일부러 이질감을 주는 식으로. 심지어 호스트분들도 낯설어하시더라고요. 그런 점이 선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 같기도 해요.


그러게요. 되게 신기해 하시더라고요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 되는’ 포인트를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독특하지만 누구나 들어도 이 음악이 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08 2021.03.05


뮤직비디오 제작



“Hard Templight 0.48” 뮤직비디오 중




음악과 딱 어울리는 도트 애니메이션 풍의 뮤직비디오가 탄생했어요. 영상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나요?


맨 처음 ’도트’라는 아이디어를 피디님께서 내주셨어요. 레퍼런스 영상을 보여주셨는데 게임 같은 분위기가 노래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포토샵의 ‘타임라인’이라는 애니메이션 제작 기능을 사용해서 노래의 컨셉에 맞게 캐릭터 디자인, 진행 형식을 간단히 그렸고, 이걸 짤막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콘티를 피디님께 보내드렸어요. 일주일 뒤에 제작사에서 보낸 샘플 영상을 처음 확인하고, 피드백을 몇 번 주고받으면서 영상이 완성되었고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걱정도 많이 됐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입니다.




paradog3000이 그린 캐릭터 초안




캐릭터가 정말 귀엽네요.


가사에 화자가 물을 갈구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에서 ‘물 없이 못 사는 게 물고기니까 주인공을 인어로 정하자’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주인공을 ‘육지를 헤매는 인어’로 설정했습니다. 그렇게 머리 양옆에 지느러미가 달리고 하반신은 물고기 꼬리가 달린 캐릭터를 만들어냈어요. 새랑 탐험가는 대충 그린 느낌으로 표현했는데 제작사에서 어울리게 만들어 주셨고, 배경도 퀄리티 높게 만들어주셔서 좋았습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09 2021.03.05


파라독은 돌아온다




paradog3000의 다음 모험은?




이번 싱글 “Hard Templight 0.48”은 paradog3000님의 데뷔 싱글이기도 하죠. 사운드클라우드에 작업물을 상당히 많이 올려놓으셨는데, 추가로 발매하실 계획이 있나요?


일단은 콘테스트 최종 선정곡인 “기억말소의 밤”을 발매하고 싶긴 해요. 저작권 문제가 걱정되기는 하지만요. 아직은 발매 자체가 처음이고 익숙하지 않아서 추후 계획은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다른 만들어 놓은 작업물들은 만족스럽지 않아서 나중에 더 배우고 업그레이드된 후에 발매하고 싶긴 해요.



음악 동료들과 함께하셔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안 그래도 아는 친구와 같이 만들어놓은 게 있어요. 예전에 같이 어떤 공모전에 참여한 적이 있는데, 운영사 측의 문제로 흐지부지됐죠. 3개월 동안 준비했는데 많이 아쉬웠어요.



paradog3000님이 어떤 아티스트가 될지 궁금해요. 장르 면에서 자유로우니 다양한 씬으로 뻗어 나갈 여지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영상과 일러스트에도 관심이 많으시고요.


“기괴한 걸 다루지만 너무 혐오스럽진 않다”는 느낌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만든 이야기들이 기억에 많이 남았으면 합니다.




 


#10 2021.03.16

paradog3000 – Hard Templight 0.48







Credit



[ Official Music Video ]


M/V Transmitted from

MYZY

@myzy.space



[ dia-log ]


Interviewer & Editor

Choi Seung Ryeol


Director

Kim Soo Jeong


MAGAZINE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