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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it, Who’s SarahKayaComson?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필름 사진을 촬영하고 인화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일상을 살아가며 자신만의 고유한 잠상(latent image)을 축적한 아티스트는 이를 음과 박이라는 현상액(developer)에 담가 실상으로 떠올리고, 이는 여러 번의 교반 작업을 거쳐 하나의 노래로 인화(print)된다. 이 일련의 과정 가운데 세밀한 변수들에 의해 각기 다른 음악이 탄생하게 된다. OPCD는 저마다의 변수를 지닌 아티스트들을 포토그래퍼로 빗대어 본다. 이들은 어째서 이토록 수고로운 작업에 뛰어들었을까. 이들은 어떤 변수를 따라 어떤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Why Do We Make Music?>은 그 렌즈 너머를 들여다보려 한다.








“Anyway, Bogre's TA Sarah Kaya comes in.”

“Wait, Who’s SarahKayaComson?”



“사라카야콤슨이 누구야?”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떠올려본다.

1. 사라카야콤슨은 힙합/R&B 기반의 레코딩 아티스트다.

2. 이름은 미국 시트콤 <오피스>에 나온 의미 없는 말장난을 따서 지었다.

3. 과거에는 ‘에씯’이라는 예명을 사용했으며, 첫 싱글 ‘공전하네’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4. <Sesame Street>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퍼펫과 인형 탈을 페르소나로 내세운다.



흠… 그에 대한 정보는 어렴풋이 알겠다. 그런데, 그래서 사라카야콤슨은 누구란 말인가?



이어지는 인터뷰는 그에 대한 “조금의 힌트라도 얻을 수 있기를 ([Canto De Amor] 앨범 소개글 中)” 하는 바람에서 기획되었다. 음악 작업에 한창인 그에게 끼어들어 구태여 질문을 던져 보았다.



“잠깐, 사라카야콤슨이 누구야?”







Why : Why I started Music




음악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나?



본격적으로 이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군 전역 이후다. 이전에는 혼란스럽고, 늘 불만에 가득 차 있고, 우울하고, 술을 잔뜩 마시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언제, 어떻게, 왜 음악을 하게 되었나?



군 전역 후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겪고, 선배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다가는 반드시 암에 걸려 죽을 것이다!”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들의 삶이 좋지 않다는 뜻은 절대 아니고, 내가 버티기에는 그 삶의 성격이나 가치관이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일단 회사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회사의 톱니바퀴가 되는 것 같았고, 자기 삶이 전혀 없는 그 느낌이 별로였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일본 대지진 같은 지구 멸망 급 이벤트들이 터지면서 ‘어차피 이 세계가 멸망할 것이라면, 내가 망할 것이라면, 하고 싶은 거나 하면서 망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본래 에씯(Scid)이란 이름으로 이센스를 동경하며 랩 중심의 (스스로 말하길) ‘빡센 음악’을 하다, 스스로가 보다 더 편안하고 행복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사라카야콤슨(SarahKayaComson)으로 활동명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에씯과 사라카야콤슨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무엇일까?



지금은 내가 행복한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 듯하다. 예전에 공개한 믹스테잎 [주정]의 음악을 들을 때보다 지금 함께하고 있는 프로젝트 팀 ‘하홈콤’의 음악을 듣는 게 훨씬 행복하다.

그 외에는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다. 부정적인 의미라기보다는 ‘강박성을 버렸다’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에씯의 녹음은 매번 3000 테이크를 넘어가는 수준의 강행군이었는데, 결과물은 항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항상 내가 남보다 더 잘해야 했고, ‘왜 이것밖에 안 될까?’ 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물론 음악을 만들면서 항상 추구해야 할 마음가짐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해서야 행복한 인간으로 살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쌓여갔다. 최근에는 “대충 열심히”라는 말을 모토로 작업한다. 그러니까 열심히 하긴 하는데, 그 열심히 하는 걸 대충 하겠다는 뜻이랄까. (웃음) 이름을 바꾸면서 강박을 버리고 느긋하게 작업을 하니 노래도 더 좋아지는 것 같고, 무엇보다도 사람 같이 살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청취수 60K를 넘긴 ‘공전하네’를 분기점으로 꼽는 것 같다. ‘공전하네’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고, 당시 느낌이 어땠는지 자세하게 듣고 싶다.



'공전하네'를 만들던 당시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9 to 5의 고정된 삶을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출근하려고 사람이 꽉 찬 시루떡 지하철에 탔는데,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지각할 것을 각오하고 플랫폼에 내려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때 한창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있었는데, ‘어차피 내가 5분 지각하나 10분 지각하나, 행성의 입장에서 보면 거기서 거기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디씨트라이브 Lab 게시판에 있던 Yjunes(現 Coral J)의 비트에 “우리는 우주를 공전하네 / 좀 느리고 빠른 건 걱정 안 해도 돼”라는 가사를 녹음했다. 그 후 당시 ‘살아숨셔’ 를 갓 발매하셨던 염따 형에게 쪽지를 보내 피쳐링을, 수영을 같이 다니던 로키비츠 형에게 편곡을, 믹싱/마스터링 과정에 대해 상냥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신 THEORIA 형에게 믹싱/마스터링을 부탁드렸다. 돌이켜보면 감사한 일 투성이다. 도와주신 모든 분께 정말 감사드린다. 덕분에 첫 싱글인데도 메인에 걸리는 영광을 얻을 수 있었고, 반응도 생각보다 좋아서 흥분되는 나날을 보냈었다. 지금 생각해도 발매하길 참 잘한 것 같다.



“모호하고 근본없는 음악”을 지향한다고 했는데, 사라카야콤슨이 지향하는 “모호하고 근본없는 음악”이란?



사실 일종의 반항심으로 써놓은 문장이다. ‘정통 힙합’, ‘힙합 전사’ 같은 말이나, 누군 힙합이네 힙합이 아니네 하며 장르 나누는 걸 싫어해서. 옛날에 나도 그런 것에 집착해본 적이 있지만, 정말 아무 쓸모없는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짓이다. 나는 정통도 아니고, 힙합도 아니고, 어떤 장르 음악을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음악을 배워서 하는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모호하고 근본없는 음악”이 맞는 것 같다.







음악적인 동료가 있다면?



팀 ‘하홈콤’. 하홈콤은 전방위 음악예술을 추구하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그룹으로, 하곤, 홈홈, 사라카야콤슨의 이름을 한글자씩 따와서 ‘하홈콤’이다. 소개가 거창했지만, 사실 그냥 좋아하는 친구들이랑 음악 좀 대충 만들어보고 싶어서 만든 그룹이다. "전방위 음악예술" = "아무거나 할거다", "얼터너티브 알앤비" = "알앤비긴 한데 알앤비는 아니다" 이런 해석을 덧붙여주시면 될 것 같다. 각자의 음악에서 하지 않았던, 그리고 하지 않을 가벼움을 음악에 담아내려 한다.

이외에도 각각 동아리 선배-후배로 만난 일리 스타일과 사스콰치, 하홈콤과 디제이 겸 디자이너 사랑합시다, 디자이너 장캐, 비디오 아티스트 영일만필름으로 구성된 모임 ‘아뿔싸’, 영상감독 블랙통과 승식이 형, 로키비츠와 스무스잼으로 구성된 팀 '그로스토' 등 정말 많은 동료들이 있다. 한 사람이라도 없었으면 지금 사라카야콤슨으로 음악을 만들고 있지는 못했을 거다. 다들 고마워요!







We : Latent Music inside Us




주변 사람들은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하는가? 당신은 거기에 동의하는가?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잘 몰라서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봤는데, “주정뱅이”, “섹시 보이”, “삼행시 중독자” 등 쓰잘데기 없는 소리밖에 안 해서 (웃음) 그냥 여자친구에게 물어봤다. “따뜻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뭐 그래도 그냥 여자친구에게만 따뜻한 사람이면 충분할 것 같다. 나머지는 뭐라 해도 관심 없다.



아버지로부터 내사한 남성성, 마초이즘에 대해 사색하는 내용을 담은 ‘El Macho’를 들으며 사라카야콤슨에게 ‘남성성’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어떠한지 궁금해졌다. 과거의 당신은 어땠고 지금의 당신은 어떠한가.



어릴 때는 외부의 위협이었고, 청소년기에는 내 안에 들어 있는 연약함과 우울함을 감추는 용도로 사용한 갑옷이었고, 지금은 내 것들을 지킬 무기다.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굉장히 강력한 사람이었어서 내가 조금 위축되어 있었던 것 같다. 동네에서도 드센 아저씨들한테서 치이면서 사는 느낌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 정말 조그맣고 깡말랐다보니 위협적인 느낌이 더 있었다.

고등학교, 대학교 때에는 스스로가 퍽 우울하고 연약하고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었다. 고등학교가 남녀분반이었고 대학교도 공대를 나오다 보니 다소 마초적인 문화 속에 있었는데, 무시당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욕도 엄청 하면서 일부러 센 척을 하고 다녔었다.

지금은 ‘뭐든 OK’라는 마인드다. 다만 여자친구라던가, 친구들이라던가, 얼마 되지 않는 재산이나, 내가 가진 음악, 혹은 존엄성 따위를 지키려면 어쨌든 화를 내거나 폭발을 시켜야 하는 순간들이 있더라. 이제는 그런 순간들에 남성성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의 취향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사대주의? 팍스 아메리카나? 여러모로 미국 문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게 썩 긍정적인 것 같진 않은데,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별수 없지 뭐. 그래도 내 음악이 다른 것들과 좀 다를 수 있는 이유이지 않을까.



중학생 때부터 미국 시트콤을 보기 시작해서 지금은 연도별로 아카이빙해서 돌려볼 정도로 애호가라고 들었다. 시트콤만의 매력이 있다면?



호흡이 짧고, 갈등이 빠른 속도로 해소된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일상적이지 않다는 점도 좋다. 영화 같은 경우 러닝 타임이 짧게 잡아도 1시간 반이고 그 시간 동안 주인공과 함께 갈등을 계속 겪으면서 봐야 하는데, 시트콤은 20~30분 만에 갈등이 빠르게 해결되고, 좀 어처구니없는 맥락에서 해결되지 않나. 그러한 것들이 다음 화에 영향을 크게 안 준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영상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고 글을 쓰는 것도 좋아해서 언젠가는 꼭 시트콤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다.



가장 좋아하는 시트콤으로 <오피스>와 <커뮤니티>를 꼽고 계시다. 두 시트콤의 매력을 각각 설명한다면?



<커뮤니티>는 <릭 앤 모티>의 댄 하몬이 만든 시트콤으로 그야말로 일상 속 비일상의 끝을 보여준다. 전형적인 미국 문화들을 비틀고 패러디하면서도 극의 짜임새나 인물은 빈틈없이 딱딱 들어맞는 것이 매력이고, 시즌이 끝날 때마다 서부물, 스페이스 오페라 등 각기 다른 장르의 페인트볼 총싸움을 보는 것도 재밌는 포인트다. <커뮤니티> 시즌 2의 페인트볼 장면을 본 케빈 파이기가 루소 형제를 마블 영화의 감독으로 점 찍었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 출연진들도 너무 좋아한다. 차일디시 감비노가 감비노이기 이전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참 좋고, 켄 정이나 체비 체이스의 캐릭터도 과하게 미쳐있어서 좋다. 비록 체비 체이스는 불화로 하차했지만 끝까지 계속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해보기도 하고. <브레이킹 배드>에 나오는 마이크 어먼트라우트가 덜 진지하면 어떤 모습인지도 볼 수 있어서 좋다. 요즘엔 잠들기 전 ASMR로 듣고 있다. 수많은 시트콤을 봐왔지만 <커뮤니티> 같은 시트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없을 거다.

<오피스>는 미국 버전을 계속해서 보고 있다. 영국 버전, 미국 버전 둘 다 좋아하는데, 미국 버전이 좀 더 길고 마일드한 맛이라서 좋아한다. 마이클 스캇 역의 스티브 카렐을 보는 재미가 상당하고, 케빈이라는 캐릭터도 너무 좋다. <커뮤니티>보다는 좀 더 일상적인데, 초반의 불편함만 감당한다면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보는 재미가 상당하다. 한두 사람 빼고는 다 미친 사람인 점이 재미 포인트다. 정상인처럼 보이던 사람들도 시즌이 갈수록 미친 사람이 된다. 안 보셨다면 꼭 한 번씩 보셨으면 좋겠다. 근데 여자친구는 둘 다 뭐가 재밌는지 모르겠다더라. 두 시트콤 모두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가 조금 필요하다. 이것도 매력이라면 매력이겠다. 두 시트콤 외에 한국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도 정말 좋아한다. 위의 두 시트콤을 한국화해서 섞어놓는다면 <안녕, 프란체스카?>가 되지 않을까? 단, 시즌 2까지만 그렇고 시즌 3는 재미가 없다. 근데 나는 좋아한다.






사라카야콤슨의 인스타그램 하이라이트에는 읽고 있는 책을 아카이브하는 ‘췍’ 태그가 존재한다. 가장 좋아하는 책과 그 이유는?



국내도서는 <백의 그림자>, 해외도서는 가르시아 마르께스의 <백 년의 고독>을 꼽는다. 두 책 모두 일상 속에서 당연한 듯이 비일상적인 사건들이 펼쳐지는데 그게 이상하게 말이 된다. <백의 그림자>에서는 그림자가 갑자기 혼자 일어서고, <백 년의 고독>에서는 유령이 나와서 뭔가를 가르쳐준다. 근데 그게 당연하게 나온다. 두 책 모두 언어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 역시 맘에 든다. <백의 그림자>는 책 전체가 한 편의 시 같고, <백 년의 고독>은 원문을 보지는 못했지만 번역이 워낙 잘 되어있어서 한글로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Therapy] 때도 그렇고 [Canto de Amor] 때도 그렇고 곡에서 스페인어의 사용이 잦았다. 읽었던 책 목록에서도 라틴 아메리카 지방 작가들의 책이 많았는데.


라틴 아메리카 작가라기보다는 더운 지방의 작가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동유럽/러시아 대문호의 글들은 읽다 보면 어딘가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 드는데, 더운 지방의 작가들은 글에서 특유의 생명력이 느껴진다. 똑같이 냉소적인 글을 쓰더라도 더운 지방의 작가들은 글에서 왠지 모를 ‘땀내’가 난다. 정열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단편적인 것 같고, ‘땀내’가 가장 적당한 표현인 것 같다.



그럼 본인이 지금까지 만든 음악 중 그런 ‘땀내’가 가장 묻어나는 곡이 있다면 어떤 곡일까?



내 노래에서 그런 게 있었으면 좋겠는데, 사실 표현을 잘 못 해내는 것 같다. 그러한 ‘땀내’를 표현하려면 좀 열정적이어야 할 텐데 나는 “대충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서. (웃음) 그래도 45RPM 형들과 함께했던 ‘ibliktis’가 그나마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제일 최근에 냈던 ‘Ain’t Nothing’이 생각난다. ‘땀내’라기보다는 따뜻한 휴양지의 느낌이 나서.







Make : Making Development




평소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즐겨듣는가?



요즘은 힙합을 포함해서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듣는데, 라틴 아메리카 음악도 듣고 재즈도 가끔 찾아 듣는다. 특정 장르로 정의하기 곤란한 음악들을 일부러 더 찾아 듣는 것 같다.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힙합/알엔비 베이스의 음악을 많이 듣는다.



좋아하는 뮤지션은?


한국 뮤지션은 염따, 진보, 디보, 피제이, 자메즈, 재규어중사, 브론즈, 그리고 하홈콤(...)

해외 뮤지션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스티브 레이시, 제이콥 콜리어, 렉스 오렌지 카운티, 배니 싱즈, 오마르 아폴로 정도.







닮고 싶은 아티스트나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를 거의 나의 교과서라 생각하고 듣고 있기 때문에 함께 작업한다면 가문의 영광이 아닐까 싶다. 스티브 레이시나 제이콥 콜리어, 렉스 오렌지 카운티에게도 마찬가지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한국 뮤지션 중에는 비트메이커 일루이드 할러와 함께 곡을 만들어 보고 싶다. 그동안에는 곡을 리스해서 만들었는데 만나서 작업하면 더 재밌을 것 같다. 근데 그래미에 노미네이트 되셔서 어렵지 않을까. 염따 형과도 한 번 더 작업을 해보고 싶은데 아마 어렵겠지 싶다. (웃음)



최근 들었던 음악 중 가장 인상적으로 들었던 노래와 앨범 3가지는?



노래는 제이콥 콜리어의 ‘You And I’, 하곤의 ‘파스타 타이머’, 원슈타인의 ‘적외선 카메라’를, 앨범은 맷 마션스의 [Going Normal], 마인드 컴바인드의 [Circle], 쳇 베이커의 [The Best of Chet Baker]를 인상적으로 들었다.



나의 올-타임-베스트 노래와 앨범 3가지는?



노래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See You Again’, 렉스 오렌지 카운티의 ‘Sunflower’, 윤종신의 ‘환생’, 앨범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Flower Boy], 프랭크 오션의 [Channel Orange], 맥스웰의 [Maxwell’s Urban Hang Suite].







음악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촌스럽지 않을지를 가장 많이 걱정한다. 과하거나 촌스러운 게 너무 싫어서 그걸 없애려고 노력한다. 또 디테일에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같다. 쓸데없이 청자들이 구분하지도 못할 소리들을 정리하느라 에너지를 사용하기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작업을 하는 편이다.



사라카야콤슨의 이름으로 낸 첫 EP [Therapy] 때부터 줄곧 <세서미 스트리트>의 버트 & 애니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인형 마스코트를 내세우고 있다. 마스코트를 만들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따로 마스코트를 만들기로 결심한 것은 아니다. ‘El Macho’ 뮤직비디오를 기획하면서 사라카야콤슨 역할의 퍼펫이 필요했는데, 이 인형이 너무 잘 만들어져서 그때부터 이 인형을 캐릭터로 사용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인간 황상연과 사라카야콤슨이 분리되어 존재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사라카야콤슨으로서의 삶도 나의 삶이긴 하지만, 이것과 너무 일체화가 되어버리면 그렇게 행복할 것 같지가 않았다. 시아(Sia)가 본인의 일상생활을 뮤지션 생활과 구분하기 위해 얼굴을 가리고 무대에 선다는 인터뷰를 보고, 뮤지션으로서 열심히 살되 인간으로서는 대충 살 수 있는 쿨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캐릭터를 내세워서 그 방법을 시도해보고 있는 셈이다. [Canto de Amor] 때 아예 인형 탈을 만든 것도 그래서고.







그럼 애초에 뮤직비디오를 기획할 때 퍼펫을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전에 뮤직비디오를 한두 편 찍어봤을 때 인물이 나오면 내가 원하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럼 인물이 나오지 않는 것 중에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세서미 스트리트>라던가 같은 방송에 나오는 인형극을 많이 봤고, 보니까 대충 만들 수 있겠더라. 주변에 비슷한 작업을 했던 친구도 유튜브 보면서 만들었다고 해서 참고해가며 만들어봤더니 괜찮았다.



협업했던 아티스트 중 45RPM과의 협업이 눈에 띈다. 피쳐링 아티스트로 만나 ‘날아갈 거야’의 뮤직비디오를 감독하기까지 했는데.



형들의 오랜 팬으로 형들께서 참여하실 만한 음악을 만들자마자 인스타그램 DM으로 연락을 드렸었다. 얼마 안 지나서 현배 형이 너무 좋아하시면서 답변을 주셨고, 녹음실에 가서 만나 뵙고 피쳐링 벌스를 받아왔다. 나중에 들어보니 현배 형이 내가 에씯이던 시절부터 내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고 하더라. 밤늦게 음악 관련해 고민을 털어놓아도 “상연이 너는 잘하고 감이 있으니까 계속해야 된다. 걱정 말고 계속 해”라고 대답해주셔서 작업하는 동안 쭉 따뜻함을 느끼면서 작업했다. 현배 형뿐만 아니라 재진이 형도 한참 어린 후배를 귀엽게 봐주셔서 정말 마음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녹음 날 형들의 신곡 뮤직비디오 감독을 제안받았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해보고 싶어서 그러겠노라 얘기했다. 내가 뭘 해도 “응 상연아 좋다~^^” 하시면서 특별히 방향이 엇나가지 않는 이상 나에게 모든 걸 맡겨주시고 항상 격려해주셨다. 앨범 [Night Flight]의 디자인 작업도 맡겨주셔서 모임 ‘아뿔싸’의 DJ 사랑합시다와 함께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데 45RPM과 함께한 ‘ibliktis’가 수록된 [Canto de Amor]를 내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앨범 냈습니다. 매번 느끼는 허무감은 어쩔 수가 없네요. 도와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올렸다. 사라카야콤슨이 느꼈던 허무함과 미안함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Canto de Amor]를 만들고 나서 비로소 쪽팔리지 않는 음반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이번만큼은 다를 테니 이것저것 준비해서 내보자’라고 생각해서 2019년 완성된 앨범을 2021년에 낸 거였다. 근데 이번 앨범 역시 아무도 듣지 않고 아무런 반응도 오지 않는 걸 보니 엄청나게 허탈한 감정이 밀려오더라. 그래서 앨범을 도와준 모든 분께 이따위 음반에 참여하게 만들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여러분의 인생을 허비해서 죄송하다고…

그런데 지금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있고, 내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점점 늘어서 잘못 생각한 것 같다는 느낌이 조금씩 든다.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Music : Printing out Music




이번에 발매하는 싱글 ‘가족’의 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작업기가 궁금하다.



여자친구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데, 그러다 보면 싸우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꼴도 보고 싶지 않을 때도 생긴다. 하지만 그럴 때도 다시 잘 지내리라는 믿음이 있어서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들을 여자친구와 나누다가 이런 게 가족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내용을 음악으로 만들어봤다. 밉다가도 좋고, 좋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밉고, 그렇지만 별걱정은 되지 않는 그런 관계가 가족 아닐까?







지금까지 발매한 곡 중 가장 낙천적인 무드가 나타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발매된 곡은 거의 다 여자친구를 만나기 전에 만든 곡이기 때문이다. 하홈콤의 곡들과 올해 초 발매한 [Crumbs of]를 제외하면 전부 2019년 이전에 만들어놨던 곡들이고, [Crumbs of]도 사실 2019년 말에 이미 완성이 되어있던 곡들이다. 친구들에게 작업한 곡을 들려주면 “너의 음악 세계가 2019년 말을 기점으로 완전히 정반대로 바뀐 것 같다”고 얘기한다. 나는 지금이 훨씬 좋은 것 같고, 스스로가 더 행복해져서 좋다.






작업하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이 있다면?



촌스럽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이런 사랑 노래가 으레 그렇듯 사랑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순간 촌스러워지더라. 그걸 피하려고 노력했다. 브라스 편곡이나 건반 편곡, 스트링 같은 음악적인 연출을 좀 넣어보려 노력하는 중인데 잘 될지 모르겠다. (인터뷰 일자 기준) 아직도 편곡 중이다.



‘가족’을 직접 소개한다면.



바라만 봐도 마음 따뜻해지다가도 너무 밉고, 밉다가도 다시 짠해지는, 그런 것이 가족인 것 같습니다. 그런 가족 같은 걸 이루고 사는 모든 분께 다시금 그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노래가 됐으면 좋겠어요.



발매될 싱글 이외에 현재 준비 중인 것이 있나.


하홈콤의 EP를 연말까지 내고 싶다. 내 정규앨범도 준비 중이고, 일리 스타일과 함께하는 EP, 사스콰치와 함께하는 EP도 기획하고 있다. 이걸 다 해낸다면 성공할 수 있겠지만, 뭐 성공이 중요한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천천히 해나갈 생각이다.




Why do we make music?




지금 당신은 왜 음악을 하고 있는가?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지만, 무엇보다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음악을 하는 것 같다. 음악으로 돈도 벌고 싶고, 유명해지고도 싶은데, 행복하지 않은 시기가 오면 그만 할 것 같다.



음악적으로 이루고픈 목표가 있다면?



그래미 어워드 수상.



인생 일대의 꿈은?



걱정 없이 사는 것. 불가능한 꿈이지만 하나씩 걱정거리를 줄여가다 보면 걱정 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





Interviewer / Editor squib

Photographer SIN-YOUNG KIM

Graphic Designer preriro

Director o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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