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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속 요동”의 음률, moza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필름 사진을 촬영(photograph)하고 인화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일상을 살아가며 자신만의 고유한 잠상(latent image)을 축적한 아티스트는 이를 음과 박이라는 현상액(developer)에 담가 실상으로 떠올리고, 이는 여러 번의 교반 작업을 거쳐 하나의 노래로 인화(print)된다. 이 일련의 과정 가운데 세밀한 변수들에 의해 각기 다른 음악이 탄생하게 된다. OPCD는 저마다의 변수를 지닌 아티스트들을 포토그래퍼로 빗대어 본다. 이들은 어째서 이토록 수고로운 작업에 뛰어들었을까. 이들은 어떤 변수를 따라 어떤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Why Do We Make Music?>은 그 렌즈 너머를 들여다보려 한다.








moza는 트랙 프로듀서에서 영화/연극 음악 활동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다. Jclef 밴드로 활동하며 그의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하기도 했고, 단편 영화 <소녀 심청>의 음악을 작업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창작 집단 Camels Square에서 자신이 프론트맨으로 나선 ‘moza live performance’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분야를 막론하고 그에게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특색이 있다면 신중함에서 나오는 미려함이다. 신곡 ‘Bonfire’ 역시 그의 사려가 묻어나는 싱글이다. 그가 짚는 음률의 “고요 속 요동”에 귀기울여보시기를.







Why : Why I started Music




음악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나?



매사 에너지 넘치고 활발한, 축구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언제, 어떻게, 왜 음악을 하게 되었나?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성가대 반주를 하는 등 음악과 비교적 가까운 삶을 살았지만, 음악보다는 뛰노는 걸 좋아했던 학생이였다. 그러다 음악을 업으로서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은 중학교 3학년, 우연히 유튜브를 통해 스티브 바라캇(뉴에이지 작곡가이자 연주자)의 공연 영상을 본 후다. 자신이 직접 만든 곡을 연주하는 모습에서 성가대에서 ‘존재하는 곡’을 연주했던 때엔 느끼지 못했던 무언가를 느꼈고, 그 후 작곡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후에 음악 관련 전공으로 진학을 한 것인가?


그렇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음대 진학을 위해 음악 공부를 했다. 정확히 말하면 입시 공부. 그렇게 해서 음악대학 작곡과에 들어가 클래식을 전공했다.



클래식을 전공했지만, moza의 음악에서는 재즈의 느낌도 묻어나고 전자 음향에 대한 시도도 분명하게 감지된다. moza의 음악적 분기점들이 어땠는지 듣고 싶다.



사실 원래부터 클래식을 하려 했다기보다는 팝에 기반한 대중음악의 모든 장르를 다루고 싶어했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그 기술을 배우기 위해 클래식을 배운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클래식도 좋아지게 되었고. 그리고 클래식이 연극/영화 음악과 밀접하니 대학에서 연극 동아리를 하면서 클래식에서 배운 여러 가지를 마음껏 활용해볼 기회를 자연스레 가졌고, 그러면서 영화음악 쪽으로도 넘어가게 되었다.

또 하나의 분기점은 군대 때 접하게 된 전자음악이었다. 이전에는 전자 음향을 그렇게 사용하지는 않았고 피아노나 아날로그 악기 위주의 음악을 표현했는데, 군대 때 전자음악에 눈을 떴다. 처음 EDM이나 전자음악을 들을 때 인상은 강렬하지 않나. 근데 들으면 들을수록 강렬한 소리 안에 따뜻한 부분이 있더라. 디스클로저 음악을 들으면서 아날로그 음악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는 좀 다른 결의 따뜻함을 처음으로 느꼈고, 전자음악도 하나의 온도를 지닌 것이 아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냉온을 다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재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역 이후 따로 공부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다. 아날로그적인 요소와 전자음악적인 요소를 고루 활용하려는 지금의 스타일은 그렇게 생긴 것 같다.







활동명을 moza로 지은 이유와, 이전 활동명 chapeau에서 이름을 변경한 이유는 무엇인가?



chapeau(샤포)는 오랜 음악적 동료인 기타리스트 짐조니(gimjonny)와의 2인 프로듀서 그룹으로 시작했다. 1인 체제가 되어서도 한동안 활동명을 유지했지만, 정규앨범을 발매하기 앞서 이 프로젝트에 어울리는 나만의 캐릭터를 재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불어 특성 상 한국인이 발음하기 어려운 문제도 한 몫 했고. 그래서 어릴 적부터 불린 별명 ‘안창모자’를 살려서 ‘moza’라는 활동명을 짓게 되었다.



음악적인 동료가 있다면?



Camels Square를 함께 꾸려나가고 있는 동료 rabo와 yeha. 음악을 전공했거나 주업으로 삼고 있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작품을 함께 기획-연출하고 있고 다양한 영감과 아이디어를 서로 주고받는다는 점, 또 그것이 내 음악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음악적인 동료라고 생각한다.



Camels Square는 어떤 집단인가?



Camels Square라는 이름은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광장(square) 같은 공간에 모여 낙타(camels)처럼 꾸준히 진행하다 보면 모이는 것 자체로 새로운 창작이 증폭 (square: 제곱)될 수 있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Camels Square는 말 그대로 마치 광장(square)에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다 예기치 않게 모이듯 시작되었다. 군대 선임으로 만나 음악 경연대회를 함께 준비했던 rabo와 나, 그리고 이것 저것 글을 쓰면서 내 음악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준 yeha 셋이 초창기 멤버였고, 촬영, 미술 등의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느끼던 찰나 우리의 작품을 보고 관심을 가져준 지인들, 혹은 지인의 지인들이 한 명씩 모여들게 되었다. 지금은 촬영, 미술, 공간 디자인, 무대 연출, 배우까지 8명 정도가 팀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 8명이 고정 인원이라 생각지는 않고, 언제든지 자연스럽게 빠지고 들어올 수 있는 구조다.




Camels Square의 동료 rabo, Ellinor와 함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특별한 제약 없이 모여 새로운 시각에서 자유로운 창작을 하고 종합예술적인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Camels Square에서 자체적으로 독립 영화를 한 편 찍었다. 전혀 다른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신선한 영상을 제작하게 됐고, 단순 영상 제작을 넘어 영화의 소재를 이용해 음악, 책, VR 등 다양한 경로와 시각에서의 창작을 하려 하고 있다. 현재 소속 멤버들이 출신과 성장 배경, 거주지까지 모두 개성 있고 색달라서 모이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결과물이 되는 듯한 느낌을 준다. Camels Square의 방향성이 아티스트로서 단순히 듣는 음악을 넘어 영상을 비롯한 새로운 매체를 통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음악을 만드려는 나의 취지와 일맥상통해서 멤버들과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음악을 만드는 데에도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하면서 새로운 각도의 창작을 하려고 기획 중이다.



지속적인 협업을 했던 아티스트로 손영규, Jclef, Meego가 있다. 각 아티스트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



손영규는 대학교 재즈 연주 동아리와 연극부에서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함께하며 오랜 기간 합을 맞춰 온 동료다. 극작가이자 극연출가인 동시에 디자이너, 광고 기획, 보컬, 작곡 등 분야를 막론하고 예술 전반을 다루는 사람이다. 내가 그의 영화에 작곡을 맡기도 하고, 그가 내 앨범에 보컬로 참여하기도 하는 등 서로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Jclef는 2015년 rabo의 소개를 통해 연말 공연을 함께하며 연을 맺었다. 이후 chapeau 시절 EP를 함께 작업하기도 했고, 내가 Jclef의 1집 앨범을 프로듀싱하기도 했으며, 또 Jclef 밴드로 1년 간 활동하면서 크고 작은 무대를 함께 섰다.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그 누구보다 멋지게 이야기하는 아티스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많은 영감과 위로를 받았다.

Meego는 Jclef의 ‘THE UNCERTAIN’S CLUB’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당시 피쳐링을 도와줄 가수를 찾던 중 사운드클라우드에서 Meego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후에도 Meego의 EP와 나의 정규앨범 중 일부를 같이 하는 등 함께 좋은 작품을 남기고 있는 중이다.







나를 나타낼 수 있는 단어는?



모자, 고요 속 요동, 나인틴 헌드레드(영화 <피아니스트의 전설>의 주인공)



‘고요 속 요동’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독특하다.



내가 보여지는 외적인 모습이 주로 고요에 해당한다. 말이 많지 않고, 작업 시간 외에 평상시에는 정적이고 활동적이지 않은 취미를 갖고 있고,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집과 작업실을 반복하는 삶이 계속 단조롭기도 하고. 그런데 그러한 외양과 다르게 내면은 생각이 굉장히 많다. 작업에 대한 끊임없는 상상, 작업의 결과물이 어떻게 비춰질까에 대한 걱정, 혹은 그냥 작업과 무관하게 세상살이에 대한 고민과 궁금증… 이런 저런 생각으로 하루를 꽉 채운다. 그런 것 때문에 잠을 잘 못 자기도 하고. 고요한 와중 천둥 번개가 갑자기 확 치는 느낌처럼 겉과 속이 극명하게 다른 그런 사람이지 않나 싶다.



‘나인틴 헌드레드’를 언급하신 것도 흥미롭다. <피아니스트의 전설>에서 나인틴 헌드레드는 평생 자신이 태어난 배를 벗어나지 않지 않나. 그런데 moza 님의 행보를 보면 다양한 영역을 탐구해온 흔적이 느껴진다. 어떤 점에서 ‘나인틴 헌드레드’를 자신을 나타내는 단어로 꼽았나?



그러한 면에서 본다면 나는 나인틴 헌드레드와 비슷하지 않지만, 나인틴 헌드레드가 음악, 예술을 대하는 자세가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거기에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장점은 몰입감이다. 음악에만 빠져서 평생 배에서 나갈 생각도 안 하는 게 그런 모습이겠지. 나 역시 음악을 하다 보면 다른 생각을 안 하게 되고, 그런 순간적인 집중력이 있는 모습이 닮았다. 다만 집중력을 너무 과하게 발휘하다 보면 주위를 잘 못 보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음악 외에 내가 꼭 잡아야 할 다른 일을 상당히 놓쳤던 경우가 많다. 나인틴 헌드레드에게도 그러한 면이 있고.







We : Latent Music inside Us




주변 사람들은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하는가? 당신은 거기에 동의하는가?



yeha가 긴 답변을 보내줬다.

“moza는 음악이라는 분야를 하지만 굉장히 ‘논리적’이고 ‘확고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추상적인 영감을 얻어야 하는 것도 맞지만, 작업을 전개하는 방식에서 단순히 느낌만을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논리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moza라는 뮤지션을 깊이 있고 힘있게 만든다. 그리고 그 논리와 느낌을 바탕으로 그만의 ‘확고한 주관’이 생긴다.

‘논리’라는 것이 단순히 moza의 음악 세계를 더 한정하고 제한하는 바운더리의 느낌이 아닌, 확고한 모습으로 본인이 표현하고자 한 임의의 추상을 보다 더 자유롭게 표현하는 느낌이다. 뚜렷한 주관으로 작업하며 본인의 음악적인 색깔이 분명한 결과물들을 보다 보면, 점점 moza라는 한 프로듀서에게 다음 창작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생긴다. 음악적 작업을 할 때는 확고하고, 그 외의 모습들은 굉장히 자유분방한 느낌.”

많은 부분에서 동의한다. 가장 공감되는 것은 요약을 해준 마지막 문장, “음악적 작업을 할 때는 확고하고, 그 외의 모습들은 굉장히 자유분방한 느낌.” 정말 딱 내가 가진 캐릭터다. 음악 작업을 할 때나 이번에 영화 작업을 할 때나 많은 논쟁들이 있었는데, 그럴 때는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거나 때때로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일상을 살아갈 때는 아무렴 다 좋다는 마인드다. 오늘 저녁 뭐 먹지- 할 때도 딱히 먹고 싶은 게 없고 뭐든 먹어도 상관 없고 그런 느낌. 무던하고 크게 구애받지 않는 성격이다. 그런 면을 잘 설명해줘서 와닿았다.







나의 취향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들은...



화려하지 않은 첫인상에 소박하고 때로는 밋밋하기까지 할 수 있지만, 여러 번 보고 느꼈을 때 비로소 갖고 있는 고유의 멋을 천천히 드러내는 것들을 좋아한다. 블랙, 브라운, 베이지 등 톤 다운된 컬러에 튀지 않고 주위 환경과 룩에 스며들 듯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거나, 질감이나 패턴 면에서 1~2가지의 분명한 포인트가 있는 옷. 음식 역시 여러 재료가 혼합된 것보다는 스시처럼 기본에 충실하되 깊은 맛을 내는 것.



나의 영감의 원천은?



상상. 인터넷 서핑. 일상에서의 경험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내더라도, 그것을 다른 상황이나 인물에 대입하여 제3자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기 위해 내가 살아보지 못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탐험하고 또 상상하는 시간이 필수적이다.







음악 외의 관심사가 있다면?



영화, 게임, 모든 스포츠, 시사 상식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가족, 친구, 기억, 만들어 온 음악들



최근의 감정 상태는 어떠한가?



단조롭게 반복되는 삶의 패턴을 살아가는 무료함. 비교적 평온한 외양 속 온갖 불안과 걱정, 회한이 소용돌이치는 내면.







Make : Making Development




평소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즐겨듣고, 어떤 루트를 통해 음악을 찾아듣는가?



배움과 영감을 얻기 위해 유튜브나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장르 불문 모든 음악을 들으려고 노력한다.



좋아하는 한국 뮤지션과 해외 뮤지션은?



국내에서는 백예린, 윤상, 윤석철, 해외에서는 Tennyson, Hiatus Kaiyote, Ludwig Goransson, Disclosure를 좋아한다.



닮고 싶은 아티스트,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아티스트가 있다면?



정재일. 장르와 형식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도 자신이 가진 개성의 영역을 어느 곳에서도 잃지 않는 점을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또 닮고 싶다.



최근 들었던 음악 중 가장 인상적으로 들었던 노래/앨범 3가지



Anomalie & Chromeo – Bend the Rules

Rob Araujo – Jumbled

Steve Spacek – Deep Inside



올-타임-베스트 노래/앨범 3가지



Matryoshka – My Funeral Rehearsal. 인생에서 기쁘고도 허무했던 순간을 함께했다.

Mahler Symphony No.5 4th Movement, Adagietto. 영화음악의 참 역할과 의미, 그리고 그것이 주는 감동을 처음으로 알게 된 곡이다.

Disclosure – Latch (Feat. Sam Smith). 전자음향에 처음으로 눈을 뜨게 해주었다.



최근 즐겨 보는 음악 콘텐츠



베이버스 스튜디오. 아티스트가 주제에 따라 선곡한 플레이리스트와 그에 맞는 자연스러운 일상 영상을 내놓고 있어 즐겨 보고 있다.





평소 선호하는 음악 작업 환경은?



가장 작업에 몰입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은 나에게 딱 맞는 높이의 의자와 책상, 완벽하게 길들여진 키보드와 마우스가 갖춰진 내 작업 공간 Camels Square다. 그 외에는 시간, 소음, 온도, 분위기 등 어떠한 조건의 변화에도 크게 영향 받지 않는 편이다.



‘new normal distance’ 라이브 퍼포먼스의 메이킹 필름을 보면 치밀한 계산 아래 퍼포먼스를 짜는 것이 느껴진다. 음악을 만들고 퍼포먼스를 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moza live performance’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연주 영상 컨텐츠이지만, 궁극적으로 음악과 영상 둘 중 어느 것이 우선되지 않는 시청각이 결합된 ‘작품’ 그 자체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색채, 구도, 스타일링, 속도, 음량 등 모든 요소들이 관통하는 주제 아래 100% 동기화되어 하나로 느껴질 수 있도록 영상과 음악 파트가 끊임없이 소통하며 서로의 의도를 완벽히 파악하려 노력한다.







다양한 세션 활동은 물론, [두 번의 연극동안], <애국적 광분> 등에서 연극음악을, <소녀 심청>에서 영화음악을 했고, 트랙 프로듀서를 거쳐 솔로 퍼포머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음악 활동을 해왔다. 각 분야별로 작업을 할 때 스스로 다르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까? 혹은, 분야를 막론하고 같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작업을 시작할 때 언제나 자각해야 할 것은 내가 만들어야 할 작품의 ‘주인공’이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다. 트랙 프로듀서로서 작업을 하면 곡의 주인공은 노래하는 가수가 되고, ‘moza live performance’의 주인공은 오롯이 나다. 영화음악의 경우 극중 인물이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음악이 씬을 넘어서는 메인이 될 수도 있다.

그 재미는 작업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우선 일반 음악 작업을 할 때에는 음악 자체로 바라봐주는 만큼 나에 대한 어떠한 이미지나 캐릭터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그를 알아봐주고 좋아해주는 거에 대한 직접적인 감동이 있다. 나 자체를 들어주었다는 느낌? 거기에 더해 공연 무대에 서서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교감을 할 때의 짜릿함도 있다.

반면 영화는 온전한 나는 아니다. 내가 어떤 장면을 서포트해야 하는 때가 있고, 서포트도 아니고 정말 그냥 있는 듯 없는 듯 음악이 깔려야 되는 때도 있지 않나. 매번 내가 가져가야 할 역할과 위치도 달라진다. 그런데 거기서 오는 희열이 있다면, 영화 속에서 음악의 존재감이 미약할지언정 막상 그 음악을 덜어놓고 보면 전달력이 100%가 아닌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러니 실은 굉장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 얘기인즉슨 음악이 그 씬의 주인공, 배경 등 모든 요소들과 완전히 한몸이 됐다는 뜻이라 생각한다. 완전히 한몸이 됐기에 그렇게 작은 비중이라도 없어져버리면 전달력이 확 죽어버리는 것이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그러한 지점들을 느꼈을 때 정말 뿌듯하다.







정규 1집 소개글에는 아티스트로서 moza의 특징이 ‘모호함’이라고 언급되어있다. moza가 지향하는 음악은 어떤 음악인지에 대해 더 듣고 싶다.



언제나 내 작업의 지향점은 주제, 사운드, 구성 등 모든 음악적 소재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칠 수 없는, 달리 말하면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볼 수 있는 ‘양면성’에 있다. 클래식으로 음악을 시작해 전자음향을 활용하게 되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경험해온 여정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결과이기도 한 것 같다. 하나의 작품 안에 가능한 한 2~3가지 각기 다른 장르적 요소를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이 모든 요소들이 ‘양면성’이라는 이름 아래 한데 뒤섞여 조화를 이루는 아이러니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다.

정규 1집에서는 이러한 양면성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것이었다. “이렇게도 볼 수 있고 저렇게도 볼 수 있는” ‘양면성’은 곧 “이렇게도 볼 수 없고 저렇게도 볼 수 없는” ‘모호함’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모호함에 대한 이야기를 경험과 상상을 기반으로 풀어낸 앨범이였다.

‘양면성’ 혹은 ‘모호함’을 음악적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삶의 매 순간은 무 자르듯 명확한 하나의 감정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쁨 속에서도 슬픔이 존재하고, 설렘 속에서도 걱정이 존재한다. 다소 독특한 키워드를 내세웠지만, 사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일상 가장 흔한 모습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작년부터 음원보다 Camels Square에서 rabo와 함께 라이브 퍼포먼스 영상을 내놓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그 이유가 있다면?



Camels Square에서 영상 프로듀싱 및 제작을 담당하는 rabo와 함께 단순히 듣는 음악을 넘어 듣고 보는 하나의 작품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Camels Square에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음악을 연기, 미술적인 요소와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퍼포먼스를 진행하려고도 하고 있고, 협업을 통해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컨텐츠로 도출해내는 것 역시 기획 중이다.



피쳐링 아티스트 없이 단독으로 발매한 싱글 ‘Pappus’가 그 기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Pappus’는 처음에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Pappus’는 작년 7월부터 시작한 ‘moza live performance’ 프로젝트의 첫 작품이다. 세션, 영화음악 작곡가, 트랙 프로듀서를 거쳐 프로듀서 개인앨범을 발매하기까지 나의 행보에 일관된 흐름이 있었다면, 후방에서 주연을 빛내거나 서포트하는 역할에서 점차 작품 속 나의 비중을 늘려나갔다는 점이다. 정규앨범 [Wall Cube]는 비로소 나를 담은 작품이었지만, 곡마다 다른 가수의 목소리가 내 이야기를 대신해주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보다 더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싶었고, 그래서 시작된 프로젝트가 ‘moza live performance’다. 이후 rabo와 함께 구상하고 기획하는 단계를 거쳐 지금과 같은 연주 영상의 포맷이 만들어졌다.







Music : Printing out Music




발매 싱글 ‘Bonfire’의 작업기가 궁금하다.



<Why Do We Make Music?> 프로젝트 참여 제안을 받은 뒤 yeha와 작품의 밑그림을 조금씩 그리기 시작했다. 여담으로 6월까지 다른 큰 작업들이 있어 매우 바빴는데, 잠시 작업을 중단한 상태에서 급히 창동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앞서 작업해왔던 곡들이 이 곡과 결이 아주 달라 처음 시작할 때 느낌을 찾기 쉽지 않았지만, 6월 말 경 주제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혀 7월부터 본격적인 작곡에 들어갔다. 이전에 스케치해둔 곡들이 몇 있었지만 주제와 맞지 않아 사실상 새롭게 곡을 만들게 되었고,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만족한다.



모닥불이라는 소재는 어떻게 떠올렸나?



처음에 무슨 이야기를 할까 yeha와 논의할 때 여러 소재가 나왔다. 집시, 고요한 소용돌이 등 여러 가지가 나왔는데, 공통적으로 겉과 속이 다른 상황을 표현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 그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소재를 찾다가 모닥불이 나왔다.







보통 음악 작업을 할 때 그렇게 분명한 심상이나 메시지를 정해두고 착수하는 편인가?



그런 편이다. 음악의 포맷에 따라 다르긴 한데, 예를 들어 보컬을 두고 하는 작업은 그냥 자연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나중에라도 가사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충분히 전달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과 같은 포맷은 보컬 없이 인스트루멘털만으로 추상적인 표현을 하는 작업이지 않나. 그런 경우 일부러라도 어떠한 단어가 됐든 소재가 됐든 심상이 됐든 정해 놓고 하는 편이다. 그래야만 나중에 이를 추상적으로 표현할 때도 길을 잃지 않고 처음 얘기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어떻게든 반영이 되더라.



작업하면서 가장 신경쓴 부분이 있다면?



<Why Do We Make Music?>의 제안서에 담겨 있었던 “organic”, “analog mood” 등의 키워드를 나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양식적으로는 ‘moza live performance’의 타이트한 구성과 퍼포먼스 요소를 가져오되, 그보다는 조금 더 여유 있게 감상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려 노력했다.



발매 싱글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소위 ‘불멍’에 빠지면서 모닥불을 한참동안 쳐다보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만들었다.

우리가 캠핑을 가거나 다른 어떤 장소에서 우연히 모닥불을 발견한다면, 아마 그 불이 타는 것을 오랫동안 뚫어지게 쳐다볼 것으로 상상된다. ‘불멍’에 빠진다고 표현할 정도로, 아무 의미 없는 작은 모닥불은 흡인력 있게 우리의 생각을 빨아들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제 3자의 시각으로 그 장면을 보면, 모닥불을 쳐다보는 행위 자체는 굉장히 고요하고 정적인 것이다. 기껏해야 나뭇가지 몇 개가 타들어가는 걸 보고 있는 게 전부니까. 하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정적일지 몰라도, 우리는 그 불을 볼 때 마음 속의 가장 힘들고 심오한, 가장 ‘동요가 큰’ 고민/생각들을 한다. 겉은 차분하지만 내면에는 격렬한 동요가 생기는 기분이다. 겉으론 차분하고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내면 어딘가에는 가장 ‘비일상적’이고 깊은 갈등을 하고 있다. 우리의 하루가 대부분 그러하듯.

‘Bonfire’를 통해 그러한 이중적이지만 자연스러운 흐름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격렬한 내면의 고민/회한과 고요하게 모닥불이 타들어가는 모습이 교차되는 듯, 다양한 소리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분위기를 몰아세우다가, 한 번쯤 조용해지고는, 다시 또 노래에 빠져든다. 그러다 마침내 깊은 생각으로부터 빠져나와 아무런 변화도 없는 일상으로 돌아올 때면, 묘하게 헛헛한 여운이 남는다. 불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생각의 흐름과 곡의 흐름이 비슷하도록 만들었다.







발매될 싱글 이외에 현재 준비 중인 것이 있다면?



크게 두 가지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다.

첫 번째로는 앞서 말했듯 Camels Studios에서 단편영화 한 편을 제작 중이다. 현재 촬영을 마친 상태고, 추가 촬영 및 후반 작업 일정을 조율하는 중에 있다. 이 영화는 yeha가 시나리오를 쓰고 rabo가 연출을 하는 등, 촬영, 미술, 음악 등 영화 제작에 필요한 모든 중심축을 Camels Studios 구성원이 맡아서 하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를 떠나서 작업 방식과 과정 자체가 우리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기에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두 번째는 프로젝트 ‘Into The Island’다. ‘Into The Island’는 yeha가 쓴 동명의 장편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10곡의 연주 영상 프로젝트다. 기존 ‘moza live performance’와 형식은 같지만, 10곡을 끊지 않고 한 호흡으로 연주해 러닝타임이 40분 정도로 길고 바닷가에서의 야외 촬영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에 보다 공연의 느낌이 강할 것이다. 곡 작업은 모두 끝났고, 현재는 퍼포먼스 연습 및 리허설에 주력하고 있다. 앨범 발매와 라이브 영상 업로드 이후 ‘Into The Island’ 소설의 이야기를 담은 다른 콘텐츠도 기획 중이다.




Why do we make music?




지금 당신은 왜 음악을 하고 있는가?



음악을 만들고 연습하고 공연할 때 가장 힘들지만, 또 가장 행복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음악적으로 이루고픈 목표가 있다면?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듬어온 나의 음악, 나의 이야기를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공감해줄 때, 가장 큰 위로와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힘을 얻었다. 앞으로 그 한 명을 두 명, 세 명 점점 늘려가는 것이 목표이다.



인생일대의 꿈은?



평생의 역작이 될 영화의 음악을 만드는 것.






Musician moza

Interviewer / Editor squib

Contents Manager Lee Sunkyung

Photographer SIN-YOUNG KIM

Graphic Designer preriro

Director opal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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