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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케시의 잔향(殘響/殘香)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필름 사진을 촬영(photograph)하고 인화하는 과정과 비슷하다. 일상을 살아가며 자신만의 고유한 잠상(latent image)을 축적한 아티스트는 이를 음과 박이라는 현상액(developer)에 담가 실상으로 떠올리고, 이는 여러 번의 교반 작업을 거쳐 하나의 노래로 인화(print)된다. 이 일련의 과정 가운데 세밀한 변수들에 의해 각기 다른 음악이 탄생하게 된다. OPCD는 저마다의 변수를 지닌 아티스트들을 포토그래퍼로 빗대어 본다. 이들은 어째서 이토록 수고로운 작업에 뛰어들었을까. 이들은 어떤 변수를 따라 어떤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Why Do We Make Music?>은 그 렌즈 너머를 들여다보려 한다.








마라케시는 조성하, 김영욱으로 구성된 2인조 밴드다. 선물 받은 향수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그룹명답게 그들의 음악은 매캐한 따스함을 풍긴다. 심플한 세션 편성과 곡 구성만으로 청공간을 담뿍 적시는 마라케시의 잔향(殘響/殘香)은 마치 한 스프레이의 향수처럼 귓가에 오래도록 은은하게 감돈다. 속절없이 사랑에 빠져드는 신곡 ‘Feeling’의 내용처럼, 당신 역시 ‘Feeling’을 일깨우는 소리향의 공감각에 젖어들게 될 것이다.




사진 제공 : Marrakech


*멤버 성하는 현재 군 복무 중으로, 이어지는 인터뷰는 대면 인터뷰를 실시한 영욱의 답변을 위주로 구성하였다.







Why : Why I started Music




음악을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나?



영욱: 대학생이었다.

성하: 음악을 시작하기 전과 후가 많이 다르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말수도 많았고 모순, 결함도 선명했다. 날 것이었다. 음악 하면서 때때로 그때의 나를 불러오기도 한다.



언제, 어떻게, 왜 음악을 하게 되었나?



영욱: 음악에 대한 꿈은 늘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성하를 학교에서 만나서 처음에는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 진지하게 공연을 해보자는 말이 나왔고. 조그마한 공연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팀을 만들게 되었다.

성하: 나 같은 경우 16살 때 우연히 Daft Punk의 음악을 듣게 되었고, 그때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라케시를 결성하기 이전 각자 어떤 음악을 하고 있었나?



영욱: 나 같은 경우는 연극과 사운드 전공을 다녔지만 따로 음악을 하지는 않았다.

성하: 실용음악과 전공을 살려 활동하면서 개인적인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다. 샘플링으로 곡 작업을 했고 녹음과 티칭을 하기도 했다.



영욱 님의 경우 음악에 대한 꿈이 늘 있었는데, 전공을 연극과로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었나?



영욱: 원래 음악을 하고 싶어서 실용음악과 입시 준비를 했었다. 근데 그게 잘 안 됐고, 이걸 다시 또 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그럼 과연 내가 소리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책을 보는 걸 좋아했었고, 또 연극과에 스태프로 사운드 전공이 있다는 걸 알고 준비를 해서 연극과에 들어가게 됐다.







서로 접점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둘이 팀을 결성해야겠다 생각하시게 되었나?



영욱: 우리도 항상 신기하다고 얘기한다. 성하를 교양 수업에서 만났는데, 음악 관련 수업도 아니고 예술 저작권법 관련 교양 수업이었다. 그때가 나도 그 친구도 복학했을 때라 학교에 아는 사람도 별로 없던 와중 마침 겹치는 지인이 있었다. 그래서 수업 끝나고 쉬는 시간에 같이 담배도 피고 얘기도 했는데 말이 잘 통했다. 그렇게 밖에서도 사적으로 만나서 커피 한 잔 하고 하다 보니 취향이 잘 맞다고 느꼈고, 그래서 같이 뭔가를 해보자고 진지하게 얘기를 하기 시작한 것 같다.



드럼 멤버 성하는 군 입대를 했다고 들었다. 그럼 현재 마라케시는 1인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것인가?



영욱: 두 명 중 한 명이 현재 없기 때문에 1인 체제라는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거의 매일 소통하면서 곡에 대한 피드백이나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에 사실상 늘 함께 하고 있다. 이번 발매곡도 성하와 계속 소통하면서 진행했다.




사진 제공 : Marrakech




그러면 수화기에 대고 노래를 틀어서 들려주는 식으로 피드백을 받은 것인가?



영욱: 그래도 워낙 같이 오래 하기도 했고 대충의 느낌은 아니까. 그리고 성하가 (인터뷰일 기준) 내일부터 핸드폰을 쓸 수 있어서 최종 작업을 이제 진행할 예정이다.







We : Latent Music inside Us




주변 사람들은 당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하는가? 당신은 거기에 동의하는가?



영욱: 알다가도 모르겠는 사람. 그렇다. 나도 나를 잘 모르겠을 때가 많다.

성하: 시니컬한 사람. 동의한다.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각종 취향과 영감의 조각들이 엿보였다. 당신의 취향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들은?



영욱: 담백함. 제각각의 분야에서 생각하자면 특성이 너무 많지만, 그것들을 모아보았을 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것은 담백함인 것 같다.



나의 영감의 원천은?



영욱: 내가 살면서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

성하: 가장 비어있을 때, 원초적일 때.







음악 외의 관심사가 있다면?



영욱: 영화. 그리고 가구.

성하: 꽤나 많은 것 같다.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것과 패션쇼 런웨이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내로라하는 디자이너들의 패션쇼 첫 시즌에서의 룩과 음악, 관련된 책과 영상 등을 좋아한다.



성하 님께는 여행에 대해서 여쭙고 싶다. 인스타그램을 보니 미국 여행의 기억이 깊게 남아계신 것 같았다.



성하: 미국 여행이 첫 해외 여행이었다. 큰 의미를 두고 간건 아니었다.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최대한 자유롭게 즉흥적으로 차에서 자고 먹고 하면서 여행했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좋은 순간들이 많지만, 지금 떠오르는 게 있다면 모뉴먼트 밸리 163번 도로를 달렸던 순간이다.



영욱 님의 취향 얘기로 돌아와보자. 좋아하는 감독이 있나?



영욱: 너무 많다. 스탠리 큐브릭, 드니 빌뇌브, 쿠엔틴 타란티노, 스파이크 존스… 너무 많아서 한 명만 꼽기는 좀 어려운 것 같다.







그럼 영화 한 편을 꼽는다면?



영욱: 그다지 유명한 영화는 아닌데, [비기너스]라는 영화가 있다. 잔잔한 영환데 진짜 좋다. 정말 사람 사는 얘기인데, 제목대로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어릴 때는 겁이 없는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다시 시작하는 게 어렵지 않나. 단적인 예로, 극중 이완 맥그리거의 아버지가 노년에 부인이 죽고 나서 게이로 커밍아웃을 한다. 그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 아닌가. 이완 맥그리거도 누군가를 다시 만나고 하는 과정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그 가운데 선택을 해나간다.



책도 좋아한다고 했는데, 좋아하는 작가가 있을까?



영욱: 다자이 오사무라는 일본 작가를 제일 좋아하고, 그의 책 중 [사양]이라는 책을 제일 좋아한다.



또다른 관심사로 가구를 꼽으셨다.



영욱: 공간에 관심이 있다. 집에서 작업에 텐션이 생기는 공간을 위해 계속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책상 위치랑 침대 위치를 바꿨다. 오랫동안 미루다가 이번에 성하가 군대를 가고 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으니 아예 맘 먹고 바꿔야겠다 싶었다. 요즘도 작업에 집중이 안 된다 싶으면 또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가구는 미드 센츄리 시기의 가구를 좋아한다. 비싸서 잘 사지는 못하지만. 봐둔 원목 책장이 있는데, 돈이 생기면 꼭 가지고 싶다.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영욱: 나 자신이다.

성하: 믿음.



최근의 감정 상태는 어떠한가?



영욱: 현재는 편안한 상태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마음 한켠에 답답함이 늘 존재한다.

성하: 현재 군 복무 중이기 때문에 감정의 폭이 일정하다. 오히려 조급함은 더 줄었고 덤덤하며 차분하게 지내고 있다. 최근 좋은 일이 있어서 그 일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Make : Making Development




평소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즐겨듣고, 어떤 루트를 통해 음악을 찾아듣는가?



영욱: 대부분의 경우 새로운 음악은 유튜브를 통해 접하는 것 같다.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듣는다. 마라케시로써는 작업 당시 우리의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우리가 즐겨듣는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이다.



좋아하는 뮤지션은?



영욱: 성하와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을 공통적으로 하나만 꼽는다면, 다프트 펑크이다. 성하와 늘 다프트 펑크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에 그들이 해체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로 속상했다.



최근 들었던 음악 중 가장 인상적으로 들었던 노래/앨범 3가지


영욱: Astrid S ‘Airpods’, Brandy ‘Top of the World’, CHAI ‘IN PINK’

성하: Harry Nilsson [A Little Touch of Schmilsson in the Night], The beatles ‘I Want You (She’s So Heavy)’, Khruangbin [Con Todo El Mundo]







올-타임-베스트 노래/앨범 3가지



영욱: 성하와 나 둘이 공통으로 꼽는 올-타임-베스트는 Daft Punk의 [Random Access Memories]다. 나의 베스트를 꼽자면 Daft Punk의 ‘Something about us’.

성하: 나는 The Notorious B.I.G의 ‘Juicy’다.



최근 즐겨 보는 음악 콘텐츠



영욱: NPR Tiny Desk Concert는 꾸준히 봐왔던 것 같고, 그 외에는 구독하고 있는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영상들을 본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디스 이즈 팝]이라는 음악 다큐멘터리를 정말 재밌게 봤다.

성하: 음악 콘텐츠는 아니지만 패션쇼 런웨이에 나오는 음악들도 자주 즐겨 듣는다.







평소 선호하는 음악 작업 환경은?


영욱: 크게 어떤 것에 영향을 받지는 않지만, 보통은 너무 밝으면 작업에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 낮보다는 저녁 시간대를 선호한다. 루틴 아닌 루틴이라면 팀을 하고 나서부터 작업 시작 전에 커피를 안 마신 날이 없다는 것이다. 성하도 나도 둘 다 커피를 아주 좋아한다. 평상시에는 서울에 있는 내 집에서 작업을 하지만, 가끔 중요한 작업이나 환기가 필요할 때는 파주에 있는 성하네 집에 간다.



‘Saint’를 마라케시의 색깔을 잡아준, 마라케시에게 의미 있는 곡으로 꼽은 바 있다. ‘Saint’에서 발견한 마라케시의 색깔은 어떤 것이었나?



일단은 사운드와 분위기. 그리고 미니멀함과 시크함인 것 같다.




사진 제공 : Marrakech




EP [Shape] 발매 당시 인터뷰에서 마라케시가 원하는 음악의 모양을 정해두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싱글 ‘Trainspotting’ 때부터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조금씩 시도하고 계신 것이 느껴진다.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시도했다기보다는 우리가 좋아하고 늘 듣던 하우스 장르의 음악을 해보고 싶어서 만들게 된 곡이다. 라이브를 하게 된다면 또 새로운 느낌으로 준비를 할 예정이다. 음악의 형태를 정해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우리의 색 안에서 조금씩 안 해본 시도들을 늘 한다.







Music : Printing out Music




발매 싱글 ‘Feeling’의 작업기가 궁금하다.



원래 스케치해둔 트랙을 꺼내서 만든 곡이다.



작업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늘 신경 쓰는 것이지만, 우리의 색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곡에서는 여태 보여주지 않은 것들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음악의 형태를 정해두고 싶지 않고 조금씩 안 해본 시도들을 하려 한다고 했는데, 이번 곡에선 어떤 새로운 시도를 했나?



이번 신곡이 여태까지 냈던 노래 중에 제일 익살스러운 느낌의 곡이라 해야 하나. 전체적인 사운드가 제일 밝은 느낌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건반이 메인이라 리듬 등의 부분에서도 기존의 스타일을 가져가면서도 그 안에서 조금 변형을 시켜보려 하고 있다.



발매 싱글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마라케시 스타일의 미디엄 템포 곡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에 빠졌을 때의 감정을 말하고 있다.







발매될 싱글 이외에 현재 준비 중인 것이 있다면?



시국이 시국인 만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공연들을 준비하고 있다.




Why do we make music?




지금 당신은 왜 음악을 하고 있는가?



우리가 우리를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방법. 그리고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이다.



음악적으로 이루고픈 목표가 있다면?



코첼라 혹은 글래스톤베리의 헤드라이너



인생일대의 꿈은?



마라케시로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크던 작던 간에, 진심으로.





Musician Marrakech

Interviewer / Editor squib

Contents Manager Lee Sunkyung

Photographer SIN-YOUNG KIM

Graphic Designer preriro

Director o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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